취업비자까지 전방위 이민 단속 '압박'
H-1B 퇴사나 해고 시 추방재판에 즉각 회부
DACA 수혜자 의료보험 자격 이달말 전격 중단
연방정부의 전방위 이민 단속 강화가 H-1B 취업비자 소지자들과,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입국해 미국에 거주해온 DACA(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 수혜자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지난 6월 해고된 김모(34)씨는 H-1B 전문직 취업비자로 미국에 체류 중이었다. 고용이 종료된 후 그는 새 고용주를 찾고 비자 전환을 준비하던 중, 60일 유예기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45일째 되는 날 이민법원 출두 명령서인 NTA(Notice to Appear)를 받았다. 당황한 김씨는 이민 전문 변호인을 통해 최근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유예기간 중에도 추방재판 절차를 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존에는 H-1B 비자 소지자가 자의 또는 타의로 고용이 종료되면 60일간 합법적으로 미국 내에 체류하면서 새로운 고용주를 통해 비자를 다시 신청하거나 체류신분을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같은 유예기간을 사실상 무력화하며 추방재판을 개시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유예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국토안보부(DHS)가 ‘재량’을 이유로 이를 무시하고, 자동으로 NTA를 발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민 전문 변호사 라지브 카나는 “이민서비스국(USCIS)의 내부 지침은 합법적 신분 상실 후에만 NTA 발급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최근 사례들은 이 지침을 어기고 NTA가 부당하게 발부됐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USCIS에 따르면, 올해 2월 이후 매주 약 1,800건의 NTA가 발송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아직 유예기간 내에 있는 이들에게 발부된 것으로 보인다.
NTA는 추방 절차의 시작으로, 추방 사유와 사실 관계, 이민법원 출두 일자 등을 명시한 문서다. 통지서를 받으면 기존 비자에서 B2 관광비자나 H-4 가족비자 등으로 신분 전환조차 어려워진다. 이는 이민법원이 신분 변경 심사 권한을 넘겨받기 때문이며, 대부분의 경우 변경 신청은 기각된다. 이에 따라 유예기간 중 일시 출국 후 재입국을 시도하거나, 비자 재신청을 포기해야 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전문직 이민자들뿐 아니라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DACA) 수혜자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연방정부가 최근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시스템 내에서 ‘합법적 체류자(Lawfully Present)’의 정의를 변경하면서, 오는 8월 말까지 2,300여 명의 DACA 수혜자들이 캘리포니아 주정부 보험인 ‘커버드 캘리포니아’에서 퇴출당하게 됐다.
이들은 성실히 일하며 세금을 납부해 왔지만, 하루아침에 의료 혜택을 잃게 됐다. 커버드 캘리포니아 측은 “DACA 수혜자들이 메디캘, 고용주 보험, 민간 보험 등 대체 방안을 찾도록 안내하고 있다”면서도 “정책적 보호 장치가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연방정부의 조치는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미국 내 고학력 이민자 및 청년층 이민자들의 체류 안정성을 구조적으로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민 전문가들은 “법률 해석이 매우 복잡하고 개별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고용 종료가 예상되거나 체류 신분 변경이 필요한 이민자들은 반드시 이민 전문 변호사와 상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