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는 H-1B 규정을 강화하는데, 왜 갱신 건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을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H-1B 취업비자 제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H-1B 비자 갱신 승인 건수는 오히려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상반된 결과처럼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신규 H-1B'와 '기존 H-1B 갱신'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최근 인력 분석업체 LayoffHedge가 미국 이민국(USCI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6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첫 9개월 동안 '계속 고용(Continuing Employment)'과 관련된 H-1B 청원 승인 건수는 27만 3천여 건에 달했습니다. 이는 이미 지난해 전체 승인 건수인 약 29만 건에 거의 근접한 수준으로, 남은 기간을 감안하면 올해 새로운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규제는 강화되고 있는데 왜 승인 건수는 늘어났을까?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H-1B 제도를 보다 엄격하게 운영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외 지역에서 근무하는 인력을 대상으로 한 일부 신규 H-1B 신청에 대해 10만 달러의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다만 이 조치는 지난 6월 연방 법원이 집행을 중단시키면서 현재는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무작위 추첨(Lottery) 방식으로 운영되는 H-1B 선발 제도를 고임금 지원자를 우선 선발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책 기조는 분명 규제 강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이번 통계는 이러한 정책과 직접적인 대상이 다른 부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통계는 '신규 비자'가 아니라 '기존 비자 연장'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번 수치가 새롭게 H-1B를 받는 사람의 숫자가 아니라 이미 H-1B 신분으로 미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의 연장 및 변경 신청이라는 점입니다.
'USCIS Continuing Employment'에는 다음과 같은 사례가 포함됩니다.
H-1B 비자 연장
동일한 고용주에서 계속 근무하기 위한 신청
고용주 변경(Transfer)
승진이나 직무 변경에 따른 청원
기타 H-1B 신분 변경
즉, 신규 추첨을 통해 선발되는 H-1B와는 전혀 다른 통계입니다.
신규 H-1B는 매년 8만 5천 개의 쿼터(Cap)가 적용되지만, 기존 H-1B 근로자의 연장이나 변경 신청에는 이러한 상한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숫자가 커 보인다고 해서 근로자가 그만큼 늘어난 것은 아니다. 이민 전문가들은 이번 통계를 해석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한 명의 H-1B 근로자가 같은 해에 비자를 연장하고, 이후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 각각 별도의 청원(Petition)으로 집계됩니다. 즉 청원 건수(Petitions)가 증가했다고 해서 실제 H-1B 근로자가 그만큼 증가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통계 가운데 상당수는 단순한 갱신이 아니라 직장 이동이나 근무 조건 변경 등이 포함된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반면 또 다른 전문가들은 이러한 통계가 현재 미국 기업들이 기존 H-1B 전문 인력을 계속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유학생과 H-1B 준비자들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이번 통계가 의미하는 것은 H-1B 제도가 축소되고 있다는 신호라기보다 '신규 진입은 더 까다로워질 수 있지만, 이미 미국에서 활동 중인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정책 변화에 따라 신규 H-1B 취득이 지금보다 어려워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특히 추첨 방식 변경, 심사 강화, 고용주 부담 증가 등의 정책이 실제로 시행된다면 졸업 후 H-1B만을 기대하는 전략에는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비자'보다 '장기적인 신분 계획'
미국 이민 정책은 정권에 따라 언제든 변화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새로운 규정이 발표됐다가 법원 결정으로 중단되기도 하고, 다시 항소를 통해 추진되는 등 정책은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은 미국에서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신분 계획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미국 유학을 준비하거나 이미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있는 경우라면, 졸업 이후 H-1B만을 기다리기보다 영주권을 포함한 다양한 합법적인 신분 전략을 미리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책은 계속 바뀔 수 있지만, 미리 준비한 사람일수록 그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결국 미국에서의 성공은 단순히 좋은 직장을 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신분 전략을 언제부터 준비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